피해자는 나인데 내 잘못이라고요?
1.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서울에 거주하는 21살 한예진입니다.
2.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나에게 영향을 미쳤던 순간들
저한테 영향을 미쳤던 사건 중에 가장 가깝고,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생 때인 것 같아요.
공부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다른 이유로 여러 가지 심적으로 힘들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 때 되게 많은 일을 겪었는데 하나를 꼽아보자면
처음으로 경찰서를 가게 됐어요.
내가 신고를 하러 경찰서를 간다는 건 상상하지 못했는데
어쨌든 경찰서를 가게 됐습니다.
야자를 끝나고 보통 10시 반쯤에 집에 도착하잖아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준비하는 순간에 옆에 남성분이 서 있는걸 알아챘어요.
근데 저는 항상 개의치 않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보통 엘리베이터에는 번호 누르는 판이 두 쪽에 있는데
그분이 일부러 제가 있는 쪽을 누르려고
제 등을 쓰다듬으면서 버튼을 눌렀어요.
처음엔 되게 당황했는데 그냥 ‘내가 착각한 거겠구나.’ 하고 외면했고
그분이 4층을 누르는 걸 봐서 엘리베이터가 4층에 도착했을 때
그분을 봤는데 내리시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뭐지?’ 하고 쳐다봤는데 그분 손이 제 치마 밑에 가 있었고
치마 속을 핸드폰으로 찍고 계셨어요.
그분이 (제 치마 속을) 찍는걸 (제가) 보자마자 그분은 엘리베이터를 나가셨는데
그 순간에 그분이 어느 호수로 들어가는지를 보고 문을 닫고
집으로 올라가는 내내 ‘나한테 무슨 일이 닥친 거지?
어떻게 해야 되지? 뭐지?’ 약간 꿈인 것만 같은?
내가 뭘 당했는지 모르는 채로 올라가서
집에 가자마자 주저앉아서 울었어요.
정확히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느낌으로 ‘아, 이건 안 좋은 일이구나.’ 라는걸 알았고
그래서 부모님께서 아파트 주민센터에 CCTV를 확인하러 가셨는데
알고 보니까 동생이랑 같은 학교의 친구였던 거에요.
저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어린 사람이 나에게 그런 정신적, 신체적 가해를
가할 수 있는 거에 대해서 되게 놀랐고
그래서 부모님께서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신 줄 알았어요.
잘못한 거니까! 범죄니까!
근데 일주일 후에 알았는데 부모님께서 신고를 안 하셨더라고요.
근데 신고를 안 하신 이유가 제가 걱정돼서 이런 게 아니라
동생 친구라는 이유에서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가
전화기를 놓으신 거예요.
그 얘기를 저는 일주일 후에 부모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동생이 “부모님 신고 안 한 것 같다.”고..
그 가해자 학생이 학교에서 “너희 누나가 이상한 소리 지어낸다.”
“쟤네 누나 좀 이상하다.” 이런 식으로 지어낸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안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께 되게 속상했고
부모님께서는 “시험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시험 끝나고 경찰 조사를 받자.”
이런 입장이셨는데 저는 시험이 내일이든 (상관없이) 꼭 사과를 받고 싶었어요.
사실 처벌을 바란 게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랐던 건데
몇 번을 연락해도, 찾아가도 사과를 전혀 하지 않고
계속 회피하더라고요.
자기 아이가 그랬을 리 없다. 자기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결국 부모님과 경찰서를 갔고..
근데 경찰서 조사를 받으면서 왜 피해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경찰 조사를 안 받으려 하는지 알게 됐어요.
저는 성폭행을 당한 것도 아니고 강간이나 그런 엄청 심한 범죄를 당한 게 아니라
그냥 단지 사진이나 동영상. 물론 그것도 엄청 큰 거지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혔는데, 경찰분들께서 되게 세세하게 물으시더라고요.
핸드폰 기종이 뭐였냐. 색깔이 뭐였냐. 머리가 어떻게 생겼냐.
어느 방향으로 만졌냐. 어느 방향으로 찍고 있었냐.
이런 걸 네, 다섯 번씩 계속 물으시는 거예요.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점이 있어서 (진술을) 번복하니까
그쪽에서 (제가) 위증하는 줄 아시고 또 추궁하시는 거예요.
물론 그분들은 그게 일이겠지만 저는 되게 힘들었어요.
약간은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건을 몇 번이나 회귀하는 게 되게 힘들었고
그 사건이 있었던 후로 거의 두 달 동안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못 타서
항상 친구나 부모님이 데리러 와 주셨고
제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저 때문에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왜냐면 우리 집이 되게 고층이었는데 제가 엘리베이터를 못 타니까
저층인 곳으로 이사를 하였고..
그리고 경찰 조사가 되게 늦게 진행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진술을 하고 두 달 뒤쯤에 가해자 학생이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하면서도 끝까지 자기 범행 사실을 부인했고..
제가 마지막으로 진술 조사에 쓴 한마디가
“저는 처벌은 이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일차적으로 진심 어린 사과만을 받고 싶다.”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다면 경찰에 이렇게 신고 조치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렇게 말했었거든요.
근데 끝까지 사과를 안 하셨고 결국 경찰에서 그 학생 핸드폰을 압수해서
무음 카메라로 찍은 걸 발견해서 법원으로 가게 됐는데
그 학생이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비밀 보호가 되어있기 때문에..
근데 형사님께서 “아마 반성문 몇 장 쓰거나 봉사 열 시간으로 끝났을 거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저는 이렇게 계속 몇 년 동안 엘리베이터를 남성분과 타게 되면
혼자 긴장하고 핸드폰에 엄마나 경찰서 번호를 찍으면서 두려워하고 있는데
그 학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이 제가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여성이라는 걸 깨달은 이상, 되게 많이 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 찾아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고등학교가 여고였는데 보통 여고라고 하면
역사적으로 그 당시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세워진 기관이잖아요.
대학교나 고등학교 모두 다!
근데 우리 고등학교는 그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너무 많은 여성 혐오 발언을 들었고..
근데 저는 오히려 그때마다 ‘내가 여성이구나.’라는 걸 더 자각해서
저 자신이 누구인지 더 빨리 인식하게 될 수 있었어요.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떤 선생님이 계셨는데
수업 시간에 “여자들은 농촌 남자가 돈이 없어서 결혼 안 하려고 한다.”
“도시 여자들은 돈만 보고 도시 남자들과 결혼하려 한다.”
“너희는 된장녀는 되지 말아라.”
그런 얘기를 되게 많이 하셨어요.
“너희 공부 잘해야 시집 잘 간다.”
다른 친구를 보고 “너는 청담동 며느리 상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거든요.
근데 저희 반이나 학교 애들 모두 다 그 선생님의 발언을 싫어하고
“저 선생님 너무 여성 혐오적이다.” 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근데 유난히 그날따라 (선생님께서) 그런 발언들을 너무 많이 하셨고
저는 그게 너무 거슬리고
선생님께서 자기가 하는 말이 누구를 혐오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수업 끝나고 질문 있냐고 물으시길래
저는 그때 손을 들고 “선생님 근데 방금 하신 발언은 너무 여성 혐오적이고
편향되어 있으시다. 모든 여자가 그렇게 돈만 보고 남자랑 결혼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몇 분 동안 말을 했어요.
선생님이 되게 화가 나셔서 “네가 한 말은 틀렸다. 잘못됐다.” 이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서도 저는 그때 제가 틀리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땐 이미 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저 자신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지만 나보다 어른이고 선생님이고
남성분한테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무서웠고
또 제가 생활기록부로 대학을 가는 전형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 선생님이 나에게 위협이 되는 언어를 적지 않을까 되게 많이 걱정했었고….
또 저는 남동생이 있는데 남동생을 볼 때마다 가끔 부럽다고 생각해요.
고등학생이어도 열 두 시, 두 시, 세 시가 넘어서 들어와도
부모님께서 ‘그냥 들어오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는데
저는 엄청 규제하시지는 않지만 “조심해라. 짧은 옷 입고 다니지 말아라.
밤늦게 다니지 말아라.” 그런 소리를 듣는데
동생은 “파인 옷 입지 마라. 밤늦게 돌아다니지 마라.
조신하게 다녀라.” 이런 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되게 자유롭고 안전하게 다니는 걸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물론 제가 동생보다 누나지만 장남에 첫아들이라는 이유로
장손이라고 불리면서 동생이 되게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저는 할머니 집 가는 걸 되게 싫어했고
할머니께서 동생을 특별하게 되게 예뻐하셨어요.
얼마 전에 대학에 합격해서 처음으로 할머니 집을 갔는데
할머니께서 “물론 네가 대학에 합격한 건 되게 자랑스럽지만
여자는 적당히 성공해야 한다.” 하시면서
“동생의 앞길을 막지 말아라.”
“여자가 기가 세면 안 된다. 오래 공부를 하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고..
처음 대학에 들어가서 할머니 집을 간 그 스무 살짜리한테
“시집가야겠다.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이렇게 물으시는 거예요.
물론 할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거라는 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적당히 성공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황당해하고 있었고
동생한테는 우리 누구는 대학 가서 큰 사람 될 거라고 하시면서
저한테는 그런 말씀을 한 번도 해주시지 않았고
또 할머니께서 중간에 용돈을 주시는 액수에서도 엄청 차이가 나고
엘리베이터에서 몰카를 찍힌 사건이 있을 때도
엄마가 “이런 일이 있었다. 그 애 진짜 이상하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할머니나 일부 고모들께서 유머로 치환하려고 애쓰셨지만
“네가 매력적이었으니까 그런 일을 당했겠지.”
“그 애가 보기에 네가 섹시해 보였나 보다.”
약간 그걸 애써 칭찬으로 해주시는 거였는지 모르겠지만
피해자한테 책임을 떠넘기는 언어여서
그 말을 듣고 되게 당황했었던 것 같아요.
그 일이 있었을 때 저는 한 번도 그걸 제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부모님이나 친구들도 전혀 제 책임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처음으로 “그게 너의 책임일 수도 있겠다.”라는 말을 들으니까
‘내가 먼저 잘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래서 한동안 그 사건이 떠올라서 힘들었어요.
그리고 동생이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힘들어했어요.
공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아이여서
공부를 많이 시키는 학교에 다니는 거에 힘들어했는데
아버지께서 동생한테 조언해주는 얘기를 들었어요.
동생이 특목고를 다니는데
“남자한테는 인맥이 생명이다.”
“대학 가면 ROTC를 꼭 해라. ROTC를 하면 기업에서 승진이 잘 된다.”
“아니면 해병대라도 가라. 그래야 승진이 잘 된다.”
이렇게 인맥을 중요하게 동생한테 말씀하셨고
특히 “너는 특목고를 다니니까 애들이 대학을 다 잘 가지 않냐.”
“그러면 그 인맥이 다 너한테 황금 같은 자산이 될 거다.”
근데 제가 고등학생 때 힘들어했을 땐 한 번도 그런 말씀을 해주시지 않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얘기해 주시지 않았던 게 아니라
얘기를 못 하신 것 같아요.
여성들은 그렇게 사회에 나가서 서로만의 인맥이나
그런 라인을 구축하는 게 아무래도 아직은 힘이 들고
또 아버지께서도 한 번도 회사에서 여성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동생이 그 얘기를 듣고 되게 자극을 받더라고요.
저는 그거에 대해 ‘나랑 다른 삶의 양태를 겪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부모님께서 “여자니까 뭐 해야지. 남자친구도 사귀어야지.”
“치마 이쁜 것 좀 입어봐 바지 말고.” 이렇게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어머니한테는 제가 “여자답다 남자답다 라는 건 없다. 그냥 나 다운 거지 그런 게 어디 있느냐.”
이렇게 반박을 하고 어머니와 많이 얘기하면서
어머니께서 요즘에 “예진아 좀 여자답게..”
“아니 엄마가 잘못했어.”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는데
아직 아버지는 그런 걸 겪어보지 않으셨는지 좀 받아들이기 힘드신 것 같아요.
뉴스를 보다가도 여성들이 모여서 자신의 얘기를 하거나
여성이 가해자인 범죄나,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를 다룰 때
아버지께서 반응이 분명하시고
“너도 저런 생각 하고 다니니?” 이렇게 경계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릴 때는 친하지 않았는데
성인이 돼서 떨어지다 보니까 같이 있고 싶어 하시고
친해 보이고 싶어 하시는데 저는 그게 힘든 게
그때 경찰에 신고를 안 하신 게 아버지시거든요.
그래서 그때 실망감이 계속 축적돼서 아직 대하기 많이 힘들고..
아버지와 대화를 하기도 많이 힘든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에 와서 건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됐는데
그 친구들하고 있으면, 그리고 그런 수업을 들으면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가끔 여성들이 겪는 피해나 피해를 받았던 역사를 배울 때는
마음이 무거워지고 친구들은 “다음 생에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오히려 그런 걸 배우면서 저는 자긍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학교가 여고였지만 여성 혐오적이었다면
대학교는 오히려 여성들이 많음에도 여성이라는 걸 인식하게 해주고
자긍심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 한 해 동안 대학을 다니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자존감도 되게 높아졌어요.
대학에 오기 전에는 그냥 개인적인 성공에 한정이 되어 있었다면
성인이 돼서는 ‘내가 강하고 권력 있는 여성이 돼서
여성들을 끌어줄 수 있는 그런 사회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야망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어느 방향으로 구체화 될지, 그리고 실제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게 하나하나 저한테 자극제가 돼서
제 삶을 지탱해나가는 기둥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 생에 태어날 수 있다면 또다시 여성으로 태어날 거예요.
물론 그때 여성과 남성과 다른 제3의 성을 가진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여성으로 태어날 거고 여성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저는 제가 여성으로 살면서 가지는 제3의 시선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제3의 시선이 소중한 것 같아요.
내가 여성이기에 무언가를 봤을 때 더 소수자 입장에 귀 기울이게 되고
내가 어딘가에서는 기득권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어디 지워지는 목소리가 없는지.
아니면 내가 혹시 내가 누구를 혐오하고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해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사회적 이슈들에 더 관심이 가고 공감이 되는 것 같아서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소중하고
제가 여성이기에 가질 수 있는 시선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기에
다음 생에도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3. 지금 나를 표현하는 3가지
첫 번째 키워드는 당당함인 것 같아요.
물론 되게 주눅들 때도 많고 우울할 때도 많고 그러지만
어딘가에 가서 나를 소개할 때
내가 나라는 이유로 부끄럽지 않게 된 것 같아요.
두 번째 키워드는 독립인 것 같아요.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속한 인격체가 아닌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 살 게 되었고
대학에 다니면서 그런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서
독립이라는 키워드를 선정했습니다.
마지막 키워드는 눈물인 것 같아요.
물론 앞으로도 계속 많이 울 거고 과거에도 많이 울었지만
오히려 저는 되게 힘들 때나 심적으로 지쳐있을 때
일부러라도 울면서 그걸 털어내거든요.
울고 있는 그 상황 자체는 되게 힘들고 남이 보기에 처절해 보이는데
저 자신은 오히려 울고 나면 한바탕 뭔가 해결한 듯이 시원해지거든요.
그래서 여성으로서나 사람으로서나 아니면 다른 존재로서
힘들어하는 순간에 오히려 눈물을 흘리면서
그게 자극제가 돼서 일상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또 다른 사람이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그거에 대해 공감을 하고 그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면서
제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피해자는 나인데 내 잘못이라고요?
I’m the victim but is it my fault?
1. 자기소개
1. self-introduction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서울에 거주하는 21살 한예진입니다.
Hello. I’m Han Hyejin. I’m 21 years old and I live in Seoul
2.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나에게 영향을 미쳤던 순간들
2. What influenced you to be the person you are today?
저한테 영향을 미쳤던 사건 중에 가장 가깝고,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생 때인 것 같아요.
I think what influenced me the most and what I remember the most is my high school life
공부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다른 이유로 여러 가지 심적으로 힘들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Studying was tough but I went through some rough times because of another event
특히 고등학교 1학년 때 되게 많은 일을 겪었는데 하나를 꼽아보자면
I experienced a lot of things especially when I was a freshman, but if I have to say one thing
처음으로 경찰서를 가게 됐어요.
It’s when I first went to a police station
내가 신고를 하러 경찰서를 간다는 건 상상하지 못했는데
I didn’t even imagine that I would go there someday
어쨌든 경찰서를 가게 됐습니다.
But I did anyway
야자를 끝나고 보통 10시 반쯤에 집에 도착하잖아요.
I studied in school and went back home at around 10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준비하는 순간에 옆에 남성분이 서 있는걸 알아챘어요.
I was about to get on the elevator and noticed that there was a man before me
근데 저는 항상 개의치 않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I didn’t care that much and I got on
보통 엘리베이터에는 번호 누르는 판이 두 쪽에 있는데
There were elevator push button two panels
그분이 일부러 제가 있는 쪽을 누르려고
But he deliberately used the one that was near me
제 등을 쓰다듬으면서 버튼을 눌렀어요.
He touched my back when he was doing it
처음엔 되게 당황했는데 그냥 ‘내가 착각한 거겠구나.’ 하고 외면했고
I was taken aback but ignored it thinking that ‘I was confused’
그분이 4층을 누르는 걸 봐서 엘리베이터가 4층에 도착했을 때
I saw that he pressed 4th floor, so when we get there
그분을 봤는데 내리시질 않는 거예요.
I looked at him but he didn’t get out
그래서 ‘뭐지?’ 하고 쳐다봤는데 그분 손이 제 치마 밑에 가 있었고
I looked at him like ‘what’s wrong?’ and I saw his hand under my skirt
치마 속을 핸드폰으로 찍고 계셨어요.
He was filming beneath my skirt
그분이 (제 치마 속을) 찍는걸 (제가) 보자마자 그분은 엘리베이터를 나가셨는데
When I saw him doing that, he got out of the elevator
그 순간에 그분이 어느 호수로 들어가는지를 보고 문을 닫고
I checked the number of the house he got in
집으로 올라가는 내내 ‘나한테 무슨 일이 닥친 거지?
And I was like ‘what just happened to me?’
어떻게 해야 되지? 뭐지?’ 약간 꿈인 것만 같은?
‘What should I do? What was that?’ It didn’t feel real
내가 뭘 당했는지 모르는 채로 올라가서
I didn’t even know what happened to me and I just went up
집에 가자마자 주저앉아서 울었어요.
As soon as I got home, I sank down and cried
정확히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I didn’t know how to explain what happened to me at that time
그래도 느낌으로 ‘아, 이건 안 좋은 일이구나.’ 라는걸 알았고
But I just knew that ‘oh, this isn’t good’
그래서 부모님께서 아파트 주민센터에 CCTV를 확인하러 가셨는데
My parents went to the apartment community service center to check CCTV
알고 보니까 동생이랑 같은 학교의 친구였던 거에요.
And he turned out to be my brother’s friend
저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I thought he was older than me
나보다 어린 사람이 나에게 그런 정신적, 신체적 가해를
I was so surprised that someone younger than me
가할 수 있는 거에 대해서 되게 놀랐고
Can harm me mentally and physically
그래서 부모님께서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신 줄 알았어요.
So I thought my parents reported to the police
잘못한 거니까! 범죄니까!
It was wrong! It was a crime!
근데 일주일 후에 알았는데 부모님께서 신고를 안 하셨더라고요.
But I knew after a week that my parents didn’t notify the police
근데 신고를 안 하신 이유가 제가 걱정돼서 이런 게 아니라
It wasn’t because they were worried about me
동생 친구라는 이유에서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가
They tried to notify the police but they took down the telephone
전화기를 놓으신 거예요.
Because the guy was my brother’s friend
그 얘기를 저는 일주일 후에 부모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But I didn’t hear it from my parents
동생이 “부모님 신고 안 한 것 같다.”고..
My brother said “I think they didn’t report to the police”…
그 가해자 학생이 학교에서 “너희 누나가 이상한 소리 지어낸다.”
The assailant told him at school that “your sister is making up a story”
“쟤네 누나 좀 이상하다.” 이런 식으로 지어낸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안 거예요.
“His sister is strange” and I realized what was happening
그래서 부모님께 되게 속상했고
I felt upset about what my parents did
부모님께서는 “시험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시험 끝나고 경찰 조사를 받자.”
But they said “your exams are right around the corner, so we’ll go through police checks after that”
이런 입장이셨는데 저는 시험이 내일이든 (상관없이) 꼭 사과를 받고 싶었어요.
But I wanted to receive an apology no matter when the exam period was
사실 처벌을 바란 게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랐던 건데
I didn’t want him to be punished but I just wanted him to apologize
몇 번을 연락해도, 찾아가도 사과를 전혀 하지 않고
I contacted him several times and I even went to him
계속 회피하더라고요.
But he just avoided me
자기 아이가 그랬을 리 없다. 자기가 그러지 않았다.
My son would never do that. I never did that
그래서 고민 끝에 결국 부모님과 경찰서를 갔고..
So I went to the police with my parents…
근데 경찰서 조사를 받으면서 왜 피해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힘들어하는지
And that’s the time when I knew why victims suffer more when they’re interviewed by police
그리고 경찰 조사를 안 받으려 하는지 알게 됐어요.
And why they don’t want to do that
저는 성폭행을 당한 것도 아니고 강간이나 그런 엄청 심한 범죄를 당한 게 아니라
I wasn’t even raped or sexually assaulted
그냥 단지 사진이나 동영상. 물론 그것도 엄청 큰 거지만!
It was just a photo or video. Of course, that’s really wrong!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혔는데, 경찰분들께서 되게 세세하게 물으시더라고요.
Someone took picture or video of me and the policeman asked me in details
핸드폰 기종이 뭐였냐. 색깔이 뭐였냐. 머리가 어떻게 생겼냐.
What was the model of the phone? What color was it? What’s his hairstyle?
어느 방향으로 만졌냐. 어느 방향으로 찍고 있었냐.
Which way did he touch you? Which way was he filming?
이런 걸 네, 다섯 번씩 계속 물으시는 거예요.
He asked me 4~5 times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We reported after a month, so I had a dim memory
혼란스러운 점이 있어서 (진술을) 번복하니까
I was quite confused and changed my statement
그쪽에서 (제가) 위증하는 줄 아시고 또 추궁하시는 거예요.
They thought I was committing perjury and questioned me thoroughly
물론 그분들은 그게 일이겠지만 저는 되게 힘들었어요.
I know it’s their work but it was difficult for me
약간은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건을 몇 번이나 회귀하는 게 되게 힘들었고
I had a dim memory but I had to go back to that situation again and again
그 사건이 있었던 후로 거의 두 달 동안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못 타서
After that, I didn’t use an elevator alone for like 2 months
항상 친구나 부모님이 데리러 와 주셨고
So my friends and parents came with me all the time
제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저 때문에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My parents also decided to move just because of me
왜냐면 우리 집이 되게 고층이었는데 제가 엘리베이터를 못 타니까
We lived in a high-rise apartment house but I didn’t use the elevator
저층인 곳으로 이사를 하였고..
So we went to lower floors…
그리고 경찰 조사가 되게 늦게 진행되더라고요.
The police investigation also went slowly
그래서 제가 진술을 하고 두 달 뒤쯤에 가해자 학생이 조사를 받았는데
I made the statement and the guy did that too after two months
조사하면서도 끝까지 자기 범행 사실을 부인했고..
He denied what he did to the end..
제가 마지막으로 진술 조사에 쓴 한마디가
There were two sentences I stated at the end
“저는 처벌은 이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일차적으로 진심 어린 사과만을 받고 싶다.”
“Punishment is a matter of secondary importance. First of all, I want him to sincerely apologize”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다면 경찰에 이렇게 신고 조치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If he would have done that, I wouldn’t have come here to notify the police”
이렇게 말했었거든요.
This is what I said
근데 끝까지 사과를 안 하셨고 결국 경찰에서 그 학생 핸드폰을 압수해서
But he didn’t apologize at all. The police seized the student’s phone
무음 카메라로 찍은 걸 발견해서 법원으로 가게 됐는데
They found that he took a picture by turning off the sound and he went to a court
그 학생이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But he was below the age of criminal responsibility, so I don’t know what kind of punishment he got
비밀 보호가 되어있기 때문에..
It was legally protected…
근데 형사님께서 “아마 반성문 몇 장 쓰거나 봉사 열 시간으로 끝났을 거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But the detective said “it will be either a letter of apology or 10 hours of community service”..
저는 이렇게 계속 몇 년 동안 엘리베이터를 남성분과 타게 되면
When I enter an elevator with a man
혼자 긴장하고 핸드폰에 엄마나 경찰서 번호를 찍으면서 두려워하고 있는데
I still feel nervous and get ready to call my mom or police. It’s been years
그 학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습니다.
But the guy won’t feel anything about that. That’s just what I thought
그래서 그 순간이 제가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That’s the time when I first realized that female is the weaker gender
그래서 내가 여성이라는 걸 깨달은 이상, 되게 많이 공부도 하고
I knew that I am female, so I studied hard
여러 가지 찾아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I searched a lot about it
근데 고등학교가 여고였는데 보통 여고라고 하면
I graduated from Girls’ High School
역사적으로 그 당시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세워진 기관이잖아요.
When we say that, we know that it’s an educational institution for girls who were socially weaker
대학교나 고등학교 모두 다!
University and high school!
근데 우리 고등학교는 그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어요.
But my high school wasn’t faithful to that
그래서 고등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너무 많은 여성 혐오 발언을 들었고..
A lot of teachers had uttered equivalent misogynistic comments
근데 저는 오히려 그때마다 ‘내가 여성이구나.’라는 걸 더 자각해서
Then I realized again and again that I am female
저 자신이 누구인지 더 빨리 인식하게 될 수 있었어요.
It was easier for me to know who I am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떤 선생님이 계셨는데
There’s a direct example. I met a teacher when I was high school senior
수업 시간에 “여자들은 농촌 남자가 돈이 없어서 결혼 안 하려고 한다.”
He said in class “girls don’t want to marry country boys because they’re poor”
“도시 여자들은 돈만 보고 도시 남자들과 결혼하려 한다.”
“city girls want to marry city boys because of money”
“너희는 된장녀는 되지 말아라.”
“Don’t be a gold digger”
그런 얘기를 되게 많이 하셨어요.
He mentioned those often
“너희 공부 잘해야 시집 잘 간다.”
“You should study well to get married well”
다른 친구를 보고 “너는 청담동 며느리 상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거든요.
He told other friends “you look good enough to be a daughter-in-law in Cheongdam dong”
근데 저희 반이나 학교 애들 모두 다 그 선생님의 발언을 싫어하고
My classmate and school friends all hated his words
“저 선생님 너무 여성 혐오적이다.” 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We often said “he is misogynist”
근데 유난히 그날따라 (선생님께서) 그런 발언들을 너무 많이 하셨고
One day, he talked too much about those things
저는 그게 너무 거슬리고
And I was irritated
선생님께서 자기가 하는 말이 누구를 혐오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I thought he didn’t know what he’s saying or he didn’t know that he hates someone
그래서 선생님이 수업 끝나고 질문 있냐고 물으시길래
After he finished talking, he asked if there’s any question
저는 그때 손을 들고 “선생님 근데 방금 하신 발언은 너무 여성 혐오적이고
I raised my hand and said “teacher, I think that’s so misogynist
편향되어 있으시다. 모든 여자가 그렇게 돈만 보고 남자랑 결혼한다는 건
And it’s prejudiced. Not all women marry for money”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몇 분 동안 말을 했어요.
I talked like that for a few minutes
선생님이 되게 화가 나셔서 “네가 한 말은 틀렸다. 잘못됐다.” 이 말을 했는데
And he got really angry and said “you’re wrong. That’s not right”
그 말을 듣고서도 저는 그때 제가 틀리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Even though he said so, I didn’t think I was wrong or incorrect
그땐 이미 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I had confidence in myself
저 자신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지만 나보다 어른이고 선생님이고
I didn’t give up my principles but he was a grown-up and he was a teacher
남성분한테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무서웠고
I was afraid to hear that from a man
또 제가 생활기록부로 대학을 가는 전형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I was already preparing to enter a university with my student record
혹시라도 그 선생님이 나에게 위협이 되는 언어를 적지 않을까 되게 많이 걱정했었고….
I was so worried that he might write something threatening there…
또 저는 남동생이 있는데 남동생을 볼 때마다 가끔 부럽다고 생각해요.
I have a younger brother and I sometimes feel envy
고등학생이어도 열 두 시, 두 시, 세 시가 넘어서 들어와도
He’s a high school student but he sometimes gets home at 12 or 2 or 3
부모님께서 ‘그냥 들어오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는데
But my parents are like ‘he’ll be here soon’
저는 엄청 규제하시지는 않지만 “조심해라. 짧은 옷 입고 다니지 말아라.
My parents don’t control me that much but they sometimes say
밤늦게 다니지 말아라.” 그런 소리를 듣는데
“Be careful. Don’t wear short clothes. Don’t stay out late”
동생은 “파인 옷 입지 마라. 밤늦게 돌아다니지 마라.
But they never tell my brother “don’t wear clothes with a low neckline.
조신하게 다녀라.” 이런 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Don’t stay out late. Behave modestly”
되게 자유롭고 안전하게 다니는 걸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He just looks so free but still safe and I envied it
그리고 물론 제가 동생보다 누나지만 장남에 첫아들이라는 이유로
I’m older than him but he’s the first son and oldest son
장손이라고 불리면서 동생이 되게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So people called him ‘the eldest son of the eldest son’ and they loved him so much
그래서 저는 할머니 집 가는 걸 되게 싫어했고
I hated to go to my grandmother’s home
할머니께서 동생을 특별하게 되게 예뻐하셨어요.
Because she especially loved my sister
얼마 전에 대학에 합격해서 처음으로 할머니 집을 갔는데
I went there a few months ago after I was accepted by a university
할머니께서 “물론 네가 대학에 합격한 건 되게 자랑스럽지만
My grandma said “I am proud that you are accepted by a university
여자는 적당히 성공해야 한다.” 하시면서
But a woman shouldn’t succeed at the highest level”
“동생의 앞길을 막지 말아라.”
“Do not stand in your brother’s way”
“여자가 기가 세면 안 된다. 오래 공부를 하면 안 된다.”
“Girl shouldn’t be strong-minded. Do not study for long”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고..
She talked like that…
처음 대학에 들어가서 할머니 집을 간 그 스무 살짜리한테
I was 20 years old and I was just accepted by a university
“시집가야겠다.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이렇게 물으시는 거예요.
And she told me “you should get married. When will you?”
물론 할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거라는 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I knew that she would talk something like that
“적당히 성공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황당해하고 있었고
But when she said “woman shouldn’t succeed at the highest level”, I was taken aback
동생한테는 우리 누구는 대학 가서 큰 사람 될 거라고 하시면서
She told my brother that he will go to a university and be a great man someday
저한테는 그런 말씀을 한 번도 해주시지 않았고
She never said that to me
또 할머니께서 중간에 용돈을 주시는 액수에서도 엄청 차이가 나고
She gave me pocket money but more to my brother
엘리베이터에서 몰카를 찍힌 사건이 있을 때도
When the guy took a picture on the elevator
엄마가 “이런 일이 있었다. 그 애 진짜 이상하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My mom told them what happened and she said the boy was so strange
할머니나 일부 고모들께서 유머로 치환하려고 애쓰셨지만
My grandmother and aunts tried to replace it with humor
“네가 매력적이었으니까 그런 일을 당했겠지.”
“It’s because you’re so attractive”
“그 애가 보기에 네가 섹시해 보였나 보다.”
“I guess he thought you’re sexy”
약간 그걸 애써 칭찬으로 해주시는 거였는지 모르겠지만
I don’t know if they were trying to compliment me
피해자한테 책임을 떠넘기는 언어여서
But they were actually blaming the victim
그 말을 듣고 되게 당황했었던 것 같아요.
I was embarrassed at that time
그 일이 있었을 때 저는 한 번도 그걸 제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When that happened to me, I never thought that that was my fault
부모님이나 친구들도 전혀 제 책임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My parents and friends said it’s not my fault
처음으로 “그게 너의 책임일 수도 있겠다.”라는 말을 들으니까
But it was my first time to hear someone saying “that might be your fault”
‘내가 먼저 잘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Then I was like ‘did I do something wrong first..?’
그래서 한동안 그 사건이 떠올라서 힘들었어요.
I kept thinking of that incident and it was hard
그리고 동생이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힘들어했어요.
And my brother also had a tough time in a high school
공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아이여서
He’s not really good at studying
공부를 많이 시키는 학교에 다니는 거에 힘들어했는데
He thought it’s difficult to attend the school where he has to study a lot
아버지께서 동생한테 조언해주는 얘기를 들었어요.
I heard my dad giving advice
동생이 특목고를 다니는데
My brother entered a special-purpose high school
“남자한테는 인맥이 생명이다.”
“It’s vital for a man to make a personal connection”
“대학 가면 ROTC를 꼭 해라. ROTC를 하면 기업에서 승진이 잘 된다.”
“When you go to university, join ROTC. Then you’ll get a promotion well when you work”
“아니면 해병대라도 가라. 그래야 승진이 잘 된다.”
“Or volunteer for the Marine Corps. That will help your promotion”
이렇게 인맥을 중요하게 동생한테 말씀하셨고
He said a personal connection is important
특히 “너는 특목고를 다니니까 애들이 대학을 다 잘 가지 않냐.”
He even said “you’re in a special-purpose high school. Everyone goes to a good university”
“그러면 그 인맥이 다 너한테 황금 같은 자산이 될 거다.”
“Your friends will be your assets like gold”
근데 제가 고등학생 때 힘들어했을 땐 한 번도 그런 말씀을 해주시지 않았거든요.
I went through a hard time too but he never said those things to me
지금 생각해보면 얘기해 주시지 않았던 게 아니라
I don’t think he didn’t
얘기를 못 하신 것 같아요.
I think he couldn’t have done that
여성들은 그렇게 사회에 나가서 서로만의 인맥이나
It’s still hard for women to have personal connections in society
그런 라인을 구축하는 게 아무래도 아직은 힘이 들고
It’s just difficult to form that line-up
또 아버지께서도 한 번도 회사에서 여성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신 것 같아요.
I also think he never thought about women when he was working
그래서 동생이 그 얘기를 듣고 되게 자극을 받더라고요.
He was very stimulated when he heard from dad
저는 그거에 대해 ‘나랑 다른 삶의 양태를 겪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So I thought ‘he will have a different aspect of life’
그리고 집에서 부모님께서 “여자니까 뭐 해야지. 남자친구도 사귀어야지.”
My parents often told me “you should do something because you’re a girl. You have to have a boyfriend”
“치마 이쁜 것 좀 입어봐 바지 말고.” 이렇게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Stop wearing pants. Wear cute skirts”
어머니한테는 제가 “여자답다 남자답다 라는 건 없다. 그냥 나 다운 거지 그런 게 어디 있느냐.”
I told my mom that “there’s no such thing like girly or manly. It’s just me. How could you define so?”
이렇게 반박을 하고 어머니와 많이 얘기하면서
I disagreed and talked a lot with my mom
어머니께서 요즘에 “예진아 좀 여자답게..”
My mom is like “Yejin, just femininely..”
“아니 엄마가 잘못했어.”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는데
“No.. I was wrong” she just talks like that
아직 아버지는 그런 걸 겪어보지 않으셨는지 좀 받아들이기 힘드신 것 같아요.
But my father didn’t go under that and I think it’s still hard for him to accept this
뉴스를 보다가도 여성들이 모여서 자신의 얘기를 하거나
When we watch news together, some women talk about themselves
여성이 가해자인 범죄나,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를 다룰 때
It could be about female criminal or female victim
아버지께서 반응이 분명하시고
His response is always clear
“너도 저런 생각 하고 다니니?” 이렇게 경계를 하시더라고요.
And he takes a warning like “do you also think like that?”
그래서 어릴 때는 친하지 않았는데
We were not that close when I was young
성인이 돼서 떨어지다 보니까 같이 있고 싶어 하시고
But I now live apart from family and he wants to spend more time together
친해 보이고 싶어 하시는데 저는 그게 힘든 게
I think he’s trying to be closer but that’s not easy to me
그때 경찰에 신고를 안 하신 게 아버지시거든요.
He’s the one who didn’t report to the police
그래서 그때 실망감이 계속 축적돼서 아직 대하기 많이 힘들고..
I’m still disappointed and it’s just hard for me to deal with it..
아버지와 대화를 하기도 많이 힘든 것 같아요.
I think it’s even difficult to talk with him for long
그리고 대학에 와서 건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됐는데
I met a lot of friends whom I could talk healthily with
그 친구들하고 있으면, 그리고 그런 수업을 들으면
When I’m with them or when I take classes about those things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I don’t feel pressured by the fact that I’m a woman
물론 가끔 여성들이 겪는 피해나 피해를 받았던 역사를 배울 때는
When we study about women suffering injustice in history
마음이 무거워지고 친구들은 “다음 생에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My heart sank and I talk with friends like “I want to be a man in my next life”
오히려 그런 걸 배우면서 저는 자긍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But when I learn those things, I feel pride
그래서 고등학교 때 학교가 여고였지만 여성 혐오적이었다면
I went to Girls’ High School but that place was full of misogyny
대학교는 오히려 여성들이 많음에도 여성이라는 걸 인식하게 해주고
I have a lot of female around me but they help me to realize that I’m a woman
자긍심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They just make me feel pride
그래서 작년 한 해 동안 대학을 다니면서
I went to college for a year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자존감도 되게 높아졌어요
I learned a lot and I increased confidence
대학에 오기 전에는 그냥 개인적인 성공에 한정이 되어 있었다면
Before I entered university, I just wanted to be successful
성인이 돼서는 ‘내가 강하고 권력 있는 여성이 돼서
But now I want to be a strong and powerful woman
여성들을 끌어줄 수 있는 그런 사회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So I could lead other women too
야망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I think I got that ambition
어느 방향으로 구체화 될지, 그리고 실제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I don’t know what this will go or if this could be realized
그런 게 하나하나 저한테 자극제가 돼서
But those are my stimulants
제 삶을 지탱해나가는 기둥들인 것 같습니다.
And those are the supports of my life
그리고 저는 다음 생에 태어날 수 있다면 또다시 여성으로 태어날 거예요.
If I can live again in my next life, I want to be a woman
물론 그때 여성과 남성과 다른 제3의 성을 가진 사람들이
Of course, I hope female, male and third gender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Can be all equal
그렇지 않더라도 여성으로 태어날 거고 여성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But if that won’t happen, I still want to be women. I hope so
왜냐면 저는 제가 여성으로 살면서 가지는 제3의 시선이 있다고 생각하고
Because I think I have the third eye as a woman
그 제3의 시선이 소중한 것 같아요.
And that’s so precious to me
내가 여성이기에 무언가를 봤을 때 더 소수자 입장에 귀 기울이게 되고
I am a woman and I try to listen attentively to minorities
내가 어딘가에서는 기득권일 수 있겠지만
I might have a vested interest somewhere
그래도 한 번 더 어디 지워지는 목소리가 없는지.
But I tried to hear all the voices even that are not clear
아니면 내가 혹시 내가 누구를 혐오하고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해보는 것 같아요.
And I also spent a lot of time to see whether I hate someone without thinking
그래서 그런 사회적 이슈들에 더 관심이 가고 공감이 되는 것 같아서
I am interested in and sympathized with social issues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소중하고
So it’s precious that I’m a woman
제가 여성이기에 가질 수 있는 시선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기에
And it’s precious to have the eyes as a woman
다음 생에도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So I want to be a woman in my next life
3. 지금 나를 표현하는 3가지
3. Three things to express yourself
첫 번째 키워드는 당당함인 것 같아요.
The first keyword is confident
물론 되게 주눅들 때도 많고 우울할 때도 많고 그러지만
I am sometimes intimidated and depressed
어딘가에 가서 나를 소개할 때
But when I introduce myself
내가 나라는 이유로 부끄럽지 않게 된 것 같아요.
I don’t feel shy about who I am
두 번째 키워드는 독립인 것 같아요.
The second keyword is independent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It means that I’m geographically and financially independent from parents
내가 누군가에게 속한 인격체가 아닌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 살 게 되었고
But I cultivated personality as an independent
대학에 다니면서 그런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서
I was respected that way at school
독립이라는 키워드를 선정했습니다.
So I chose the keyword ‘independent’
마지막 키워드는 눈물인 것 같아요.
The last keyword is tear
물론 앞으로도 계속 많이 울 거고 과거에도 많이 울었지만
I will keep crying and I cried a lot in the past
오히려 저는 되게 힘들 때나 심적으로 지쳐있을 때
When I’m in hard times or when I’m exhausted
일부러라도 울면서 그걸 털어내거든요.
I try to cry to get over it
울고 있는 그 상황 자체는 되게 힘들고 남이 보기에 처절해 보이는데
Crying isn’t easy and others might think I’m desperate
저 자신은 오히려 울고 나면 한바탕 뭔가 해결한 듯이 시원해지거든요.
But after I cry, I feel so cool and refreshing as if something was solved
그래서 여성으로서나 사람으로서나 아니면 다른 존재로서
So I cried when it was tough
힘들어하는 순간에 오히려 눈물을 흘리면서
As a female, human-beings and other existence
그게 자극제가 돼서 일상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That stimulated me to go on with my everyday life
또 다른 사람이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I saw others crying
그거에 대해 공감을 하고 그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면서
I sympathized with them and recognized them
제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I think that’s how I grew up a little bit more